EXHIBITION


EXHIBITION

경유(經由)하는 몸 – 사유(思惟)하는 몸

Artist : 이종필 , 한영권 , 황동하 , 인터미디어 Y , 허남준 , 유승호 , 정용훈

갤러리 : Finepaper Gallery

전시기간 : 2024/10/22 ~ 2024/11/02

경유(經由)하는 몸 – 사유(思惟)하는 몸 / 화인페이퍼 갤러리 (Finepaper Gallery) / 2024.10.22. ~ 2024.11.02.


참여작가 : 유승호 Yoo Seungho / 이종필 Lee Jongpil / 인터미디어Y IntermediaY / 정용훈 Jeong Yonghoon / 한영권 Han Yeonggwon / 허남준 Heo Namjun / 황동하 Hwang Dongha
주최/주관 : 씨앤피(CNP)
기획 : 한영권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영상 제작 : 이미지 세탁소
VR제작 : (주) 크로노토프
디자인 : 비워크



경유(經由)하는 몸 – 사유(思惟)하는 몸

인간의 육체에 관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인물인 17세기 철학자 데카르트는 이 세계가 ‘정신’과 ‘물질1’로 구분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데카르트는 자신의 이러한 이분법적 세계관을 고스란히 인간에게도 적용시켜서, 인간 또한 ‘정신’과 ‘물질’로 구분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정신’과 ‘물질’, 달리 말해서 ‘정신’과 ‘육체’는 서로 독립적인 실체로 존재하다고 주장했다.
근대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 철학자는, 생각하는 존재인 인간의 본질은 이성(정신)에 있고 인간의 이성은 신의 이성의 일부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정신을 육체보다 우선시 하는, ‘로고스 중심주의’를 펼쳤다. 육체는 열등하고 정신은 우등하다고 여기는 이 같은 인식은 근대라는 시간 속에서만 존재한 것이 아니다. 기원전 사람인 고대의 그 유명한 철학자 플라톤에 따르면 육체는 영혼을 담고 있는 껍데기나 그릇에 불과하고 이데아로 향하는 영혼을 가두고 있는 감옥이며 순수하고 참된 진리를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이라고 보았다. 이처럼 고대와 근대라는 당대의 위계질서는 육체를 정신보다 열등한 것으로 취급하고 억압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정신과 육체로 분리되었다고 보는 이분법적 견해 속에서 정신은 감각의 덩어리인 육체를 지배하고 명령할 수 있는 우월적이고 능동적인 지위를 획득하게 되었고, 육체는 조종 가능한 기계이자 도구 정도의 수동적인 대상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현재는 육체에 대한 시각이나 인식 등이 많이 변했다. 육체는, 우리말로 몸은 철학적 탐구대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생물학, 의학, 심리학 등에서 중요한 논제로 다뤄지게 되었다. 19세기 철학자 니체가 “나는 전적으로 몸이며, 그밖에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한 말속에 담긴 의미처럼 현재의 태도와 정서는 영원불멸이라고 추앙하며 집착한 ‘정신’ 우월주의에서 벗어나 ‘몸’을 주체적 지위로 끌어올리며 몸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익히 알다시피 몸은 영어로 ‘Body’라고 하는데 그리스어로는 ‘Soma’라고 한다. ‘소마(soma)’는 몸과 마음이 하나로 된 상태와 과정이라고 하며 생물학적이거나 대상화한 ‘몸(Body)’과는 구별되는 경험을 통해 체화하는 ‘몸(soma)’이라고 한다.
‘Body’는 물체로서의 몸에만 집중되어 있는 반면에 ‘Soma’는 몸과 더불어 마음을 품고 있다. 따라서 몸과 마음 사이를 갈라놓지 않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진 ‘Soma’는, 안팎의 구분이 없고, 위상을 파괴하며 연속성과 상호작용이 넘쳐나는 몸과 마음의 통합 상태인, ‘몸마음’, ‘마음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생각해 보면 몸과 마음의 통합 상태는 우리의 글과 문화권 안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었는데, 널리 알려진 유교의 지침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라는 한자성어 속에 있는 ‘수신(修身)’이라는 단어를 보면 알 수 있다. ‘수신(修身)’은 한자 뜻대로만 이해하면 ‘몸’을 닦는다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는데 본래의 뜻은 ‘몸’과 ‘마음’을 같이 닦고 수양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몸과 마음을 단절이 아닌 연결로 바라보는 자세는 우리에겐 익숙한 인식 태도였다. 이처럼 몸과 마음을 다른 성질로 나누지 않는 시각은 세계를 우등과 열등, 옳고 그름, 선과 악으로 구분해서 양극단으로 치닫는, 지겹도록 질긴 이분법에서 벗어난 탈이분법을 지향하는 자세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 전시는 우리를 감싸고 있는 공기와 빛처럼 늘 곁에 있기 때문에 특별히 주목하지 못했던,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물질인 몸을 새삼 다시 바라보고, 인간은 몸과 마음을 함께 사용하며 지각하는 존재라는 당연한 사실을 토대로 전시를 꾸려가고자 한다.
몸은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것이라고 한다. 닫히고 열리는 존재인 몸. 그리고 함께 흐르는 마음. 폐쇄와 개방이 교차하는 몸과 마음에는 삶의 흔적이 남아 있고 기억한다. 그 흔적과 기억의 토대 위에 몸에 대한 무지를 반성하고, 몸에 대한 자각을 통해 살아있는 몸과 실천하는 마음이 활개 친 사건의 현장을 남기고자 한다.

- 1. ‘물질(연장, extension)’ : 공간을 점유하는 것이 특징

한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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