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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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jet Seoul [Atelier of Lee Eun]

전시기간 :

Objet Seoul: Atelier of Lee Eun



아티스트 이은의 우주
이은은 반짝이는 사람이다. 드리핑 기법을 중심으로 공연∙영상∙사운드 등 다각적인 융합 작업을 선보이며 자신의 작업 세계를 넓혀가고 있다. 이은의 작업을 관통하는 한 가지를 꼽는다면 단연 ‘깊은 몰입을 통한 확장’이다. 하지만 이는 커다란 의미의 고리가 아닌, 오히려 찰나의 점들을 만들어낸다. 이은의 작업은 초신성의 폭발이다. 뜨겁게 모여 하나의 별이 되고, 가장 밝은 빛을 내며 흩어지고, 이 과정을 거쳐 우주를 확장한다.
“찰나가 가장 영원한 것 같아요. 영원성이 찰나에 들어 있는 거죠. 모든 존재가 다 그런 순간을 갖고 있어요. 저는 우주에서 떠도는 것처럼 굉장히 멀리에서 사물을 바라봐요. 평소에 많은 것을 채집해 두었다가 결국 다 없애고, 다 털어내고, 가장 가벼운 마음으로 짧게 움직이죠. 그게 제 작업 방식이에요
작업하면서 저도 점이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상징체계를 만들었는데, 다 무의미했어요. 결국 몰입이 가장 중요해요. ‘아, 나는 정말 짧은 순간을 이야기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요. 내가 반드시 거기 들어가야만 해요. 음악도 듣고, 이것저것 영감을 주는 것들을 모아 응축하는 이유죠. 개인이 아닌 인간으로서, 또 다른 어떤 것으로서 내가 겪은 것과 겪지 않은 시간을 쌓아가요. 많이 쌓이지 않으면 짧은 시간에 작업물을 끌어낼 수 없어요. 행여 끌어낸다고 해도 결과는 볼품없죠.”
확고한 철학만큼 이은의 세계관은 분명한 색을 띤다. 순간을 포착하는 그에게 산란하는 빛과 에너지, ‘달’이라는 메타포는 무척 중요하다. 세계를 무한히 넓히고 응축한 뒤, 모두 걷어내고 중심만 남기는 과정을 통해 작품을 만든다. 그렇게 자신만의 고유한 자취가 남겨진다.
“언제나 시간과 빛을 생각해요. 빨강, 노랑, 파랑.. 이런 것들이 빛의 색이에요. 그 이상으로 뉘앙스도 강하죠. 사소한 자극에도 바뀌어 버리니까, 어떻게 보면 산란하는 색깔이지요. 그것들을 쫓아 함께 움직이고 흐르는 상태로 작업해요. 그 상태로 들어가면 우주 같은 무한한 공간에 무궁무진하게 열린 색의 세계가 있어요. 색마다 가진 에너지도, 파장도 달라요. 색의 감각을 통해서 그 에너지를 접해요.
이전에는 고대 문자나 문자 이전의 형상, 기호, 숫자에 관심을 가졌어요. 그걸로 작품을 만들기도 했지만 결국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건 ‘달’로 나아가더라고요. 달은 차고 기우는 자연 현상에 많은 것들이 투사되는 거울이에요. 달의 상징과 기호가 결국 점처럼 뿌려져요. 달빛의 색, 시간의 색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결국 응축된 많은 것들이 드러나는 세계를 드러내요.
그림은 단순한 테크닉이 아니에요. 늘 변하는 나의 세계를 보여주는 하나의 결과물이라고 할까요. 매번 변하는 걸 잡아내지만 결국 다 흔들면 없어지는 거품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의미 없는 건 아니죠. 부풀려진 세계를 증발시켰을 때 남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요. 몽상과 상상, 거품과 안개가 사라지면 순수함이 남아요. 그걸 저는 소금으로 표현도 하고, 인류의 모태가 되는 시간을 상징적인 파란 복숭아로 만들어 보기도 한 거죠.”

스노우볼 속의 세상, 아티스트의 오브제
그의 작업 방식과 세계관은 아티스트의 사적 세계를 보여주는 오브제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은에게 가장 중요한, 그리고 자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오브제는 스노우볼이다. 흔드는 순간 완전히 달라지는 세상, 찰나의 순간에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이은에게 영감을 준다.
“스노우볼을 흔들면 그 안의 세상이 이렇게 변해요. 우리는 일상에서 보이는 것만 보잖아요. 근데 스노우볼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게 해요. 이미지를 부풀리기도 하고, 상상과 몽상을 더하기도 하고, 시간을 확장하기도 하죠. 제가 작업할 때 생각하는 방식과 유사해요. 일상에서 길을 걷다가도 스노우볼을 흔드는 것처럼 확 마음을 흔들면 그 순간의 경계에서 틈이 생겨요. 저는 그걸 채집하죠. 그렇게 보이지 않는 상상의 세계를 작품으로 표현해요.
이 스노우볼은 여행길에 샀던 거예요. 마음이 너무 늘어질 때 혹은 너무 딱딱하게 굳을 때 스노우볼을 흔들듯 내 마음도 흔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것 자체가 특별한 건 아니에요. 어디서나 구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아는 사람에겐 보이는 거죠. 이건 저만의 상상 세계를 보여주는 일종의 코드이자 버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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