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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란종

Artist : 박철호

전시기간 : 2022/04/16 ~ 2022/05/07

교란종, 박철호 개인전, 플레이스막


이야기 「교란종」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 「교란종」은 지난 개인전의 끝에서부터 시작된다.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영감을 나누었던 사람들—그의 작품을 사랑하고 항상 도움을 주는 인물들이 있는데 벌꿀오소리고물예술단을 포함한 주변 미술인들—의 감상을 채집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작가는 주변 인물들의 말이나 그들에게서 받는 영감을 이야기에 끌어다 썼다. 지난 개인전 소개 글 말미에는 “별도 못 보는 사람들이 주워들은 걸로 굿을 하다가는 작두에 발만 잘린다. 동서를 가로질러 모든 곳에서 나타나며 샤먼적 궁금증을 증폭하는, 뱀 이야기는 물론 따로 들여볼 만하다. 단, 예민한 인간으로서. 미술도상학으로는 ‘여기도 뱀이 있다!’ 외엔 밝힐 것이 없어 매력이 없다.”라고 쓰고 있다. 박철호의 작업이 값도 지불하지 않은 샤머니즘 흉내 내기로 읽히지 않기를 바란 글쓴이의 의도도 있겠지만 글쓴이의 말대로 사실 뱀은 그다지 큰 의미를 갖지 않았기도 했다. 한데 작가는 이러한 감상이 재미있었나 보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히려 뱀이라는 기호 자체를 이야기 전면에 배치해 버렸다. 작가 본인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각종 신화나 구전설화에 등장하는 뱀의 도상이 갖는 심오한 의미가 인간 존재에 대한 구차한 갑론을박을 각설하는 형상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 게다.



머리 뜯긴 유혈목이
뱀. 뱀. 무슨 뱀? 작가는 폐스티로폼을 감용 하는 현장에서 뱀을 떠올렸다. 신선한 상태로 무언가를 배송하기 위해서 마구잡이로 찍어낸 스티로폼이 쓰임을 다하고 나면 환경에 극도로 유해한 폐기물이 된다. 이를 처리하려면 상당히 큰 비용과 인력이 들어가는데 작가는 이러한 상황을 몸소 감당하고 있다. 스티로폼을 처리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고안해낸 방법은 열을 가해 압출하는 방식이다. 뱀은 인간에게 유해한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실존하는 인간을 반증하기도 한다. 뱀이 내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고 생각해 보자. 닭살이 돋지? 그 까닭이 바로 DNA 때문이라니 말이다. 압출되는 스티로폼을 보고 작가는 소름 끼쳤는지 모른다. 감용기에서 이리 튀고 저리 튀며 사정없이 분쇄되는 폐스티로폼이 뜨거운 기계 속을 지나 압출되면, 작가는 두툼한 내열 장갑을 끼고 똬리를 틀었다. 금세 굳어버리는 감용 스티로폼은 인간의 뼈처럼 단단하기도 하고 반짝이는 유리처럼 영롱하기도 하며 석탄 찌꺼기처럼 새까맣기도 하다. 나는 작가와 줄곧 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어느 날 같이 논두렁을 걸을 일이 있었는데 하필이면 또 뱀이 나타났다. 죽어있었는데 처참하게 머리가 뜯긴 모습이었다. ‘밤에 당했네.’ 머리가 뜯긴 유혈목이의 무늬는 길에 난 잡풀과 섞여 사람들의 눈에 띄지 못하고 납작하게 밟혀 문드러졌다. “뭐에 그랬지?” 작가는 어김없이 납작하게 짓눌린 뱀의 사체를 주워들었다. “세상에 길바닥에 얼마나 많은 죽음이 널려있는지 알아? 나는 그 길거리의 주검들을 걷어서 파는 업을 하네. 모두들 꺼리는 일이지만 아스팔트에 눌러 붙어 나만 오길 기다리는 그 녀석들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피와 엉킨 털 뭉치, 어디서부터 터져나갔는지 모르는 가죽과 살점, 웅크림을 쏟아낸 내장, 이 모든 것들이 신선한 썩은 냄새를 풍기며 나를 잡아 끈다네.” 박철호, 2021, ‘로드 킬 수집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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