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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란종

Artist : 박철호

전시기간 : 2022/04/16 ~ 2022/05/07

교란종, 박철호 개인전, 플레이스막


폐기물을 수집해서 파는 일꾼이 단지 예술가일 뿐 2년 전 작가는 디렉터의 제안에 플레이스막의 세 공간을 다 쓰는 개인전을 열기로 했다. 디렉터는 박철호의 개인전이라면 공간 세 곳을 모두 쓰는 일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 여겼고, 현실적으로스케줄 조정이 가능했다. “공간 세 곳 다 쓰는 거 어때?”라는 물음을 들었을 때 나 또한 “재미있겠네.” 정도로만 생각했다. 박철호는 오랜 시간 구상하고 곱씹다 에너지를 단박에 쏟아내는 편인데 그가 수집한 방대한 양의 물질과 에너제틱한 작업방식이 분리된 공간을 충분히 연결할 수 있을거라 여겼다. 전시 ‘교란종’에는 기둥이 되는 이야기 「교란종」이 있다. 2020년 인디아트홀공에서 열린 ‘당매’, 2021년 스페이스나인에서 열린 ‘적대자’ 이번 전시인 ‘교란종’—그 간에 쓴 단막극 ‘녹수정’, ‘로드킬 수집가’, ‘색맹자들’, ‘ 오리너구리 다이빙단’—까지 작가는 10만자가 훌쩍 넘는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작가의 일 때문인지 선천적인 특성인지는 모르겠으나 집대성한 사물의 규모나 각각의 물성이 뿜어내는 기운을 해석하고 다루는 데에는 이골이 나 있다. 작가는 전혀 상관없는 물건들로 찰떡같은 궁합을 만들기도 하고 본래의 쓰임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시키기도 했다. 그의 뇌리에 박힌 단단한 이야기 기둥 사이로 전시의 장면들이 스윽스윽 지나다녔나보다. 작가는 만날 수밖에 없었던 물건들을 마주하면서 즐거워했고, 그런 작가의 모습은 전시를 함께 준비하는 사람들까지 즐겁게 했다.



필연의 고물들
“이건 이야기에서 온 거라 고물에는 없었어. 그런데 글을 쓰고 나면 신기하게 나타나. 머리 같은 것 말이야. 우연히 만나게 됐을 때, 쾌감이 있지!” 일례로 작가는 플레이스막3의 공간을 종교적인 장소로 상정해 두고 구상했다. 머릿속에 떠올린 공간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꾸밀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 망한 점집’과 ‘불에 탄 교회’를 철거하는 일을 맡았다. 주운 물건들로 이야기를 재현하는 것은 재미가 없었다. 작가는 철거하게 된 공간에 응축돼있는 사람들의 기운과 흔적을 만지고 바닥에서 들어 올리면서 자신이 떠올렸던 이야기에 접붙이기도 하고, 표지판 삼아 방향을 틀기도 했다. 온종일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항상 마음이 급했다. 일하면서 받은 영감을, 떠오르는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고 글에 녹여내려면 피곤한 몸을 이겨내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했다. 자신도 모르게 작품에 쓸 물건들이 눈에 띄었던 건지, 눈앞에 나타난 사물을 보고 이야기의 다음을 떠올렸던 건지는 알 수 없다. ‘당매(2020)’나 ‘적대자(2021)’까지만 해도 이야기에 맞는 물건들을 찾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다는데,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는 마치 정해져 있는 듯 ‘그것’을 발견하게 됐다고 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가지각색의 물건들과 어마어마한 양의 폐기물 중에 필연적 인연들은 얼마나 귀했을는지. 그의 작업실에는 작가와 연줄이 닿은 길 위의 물건이 가득했다. 다시는 전성기를 맞지 못할 것만 같은 서커스단의 창고가 있었다면 그 모습과 비슷했을까? 고물 입장에서 보면 방금 들어온 신참이 중앙무대에 서기도 하고, 10년 동안 묶은 고참이 여전히 무대 뒤에 있기도 하다. 작가에게 호명되면 고물들은 얼굴에 쌓인 먼지를 닦고 이야기에 합류했다. 작가 식대로 자리를 잡은 고물들은 남의 역할을 시기할 법도 한데, 아무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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