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9

Contact circle [컨텍트 서클_판화 x 설치]

Artist : 윌리엄 누스바움 , 박지인 , 임재형 , 강은희 , 민서정 , 박현진 , 손윤원 , 유준 하타치

기획자 : 강은희, 프린트아트리서치센터 (PARC)

전시기간 : 2020/09/25 ~ 2020/10/01

Contact Circle / space9 / 25(fri) Sep. ~ 1(thu) Oct. 2020


<판화 x 설치>
‘컨텍트 서클’에는 <판화 x 설치>라는 부제가 붙는다. 원(circle)들이 만나 공유되는 영역을 확보하듯, 전시 작업들과 ‘판화’라는 매체가 교차되는 지점에 주목한다. 흔적을 찍어 남기고, 공간을 떠내 앞에 펼쳐 놓거나, 이야기를 순환시키는 작업들이 매체를 넘어 판화가 갖는 이야기와 닮아있다는 것을 발견하며, 확장된 판화의 가능성을 찾아본다.

<컨텍트 서클>
2020년은 당연했던 만남과 가까운 관계들이 ‘거리’를 가지게 된 한 해다.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어색한 빈자리들이 생겨났고, 그 빈 공간들을 채우기 위해 더 생생한 것, 손끝으로 만져지는 것들을 찾아 나선다. 표면 위로 쏟은 흔적을 더듬어 보거나, 기다려주지 않는 풍경을 담아본다. 불가능한 만남을 가능하게 만들거나, 신체가 가진 회복력에 기대를 걸어 본다. 우리를 흔드는 다양한 ‘거리’들이 일상에 존재하지만, 그 와중에도 마주침과 만남을 담아낼 수 있는 각자의 ‘원’을 그려본다. 그 안으로 나와 당신과 우리를 초대한다.



강은희와 유준 하타치는 오랜 친구로, 각자가 사는 서울과 도쿄의 거리를 인지하며, 쌓여가는 디지털 데이터와 몸이 기억하는 감각에 대해 질문한다. ‘죽음’, ‘영혼’, ‘기억’에 대한 둘의 대화는 'Sunburn, AIBOs, and Memento Mori' (2020) 로 편집되었고, 영상은 QR code를 통해 볼 수 있다. 'Wishes to Our Digitial / Soul (우리의 디지털/소울에게 행복을) (2020) 은 우리가 던지는 질문들과 함께 향, 연기, 사라짐과 같은 감각을 전달 한다. 새로운 의문과 결핍을 의식화(ritualize)할 수 있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임재형의 '평형'은 기울어져 가는 바다의 이미지를 반듯하게 보이도록 되돌려 설치한 목판화 연작이다. 변화하는 종이의 테두리는 반복되는 수평 이미지가 실은 사후에 되돌려진 것임을 드러낸다. 기울어진 화면은 판의 크기나 프레스의 폭과 같은 판화의 물리적 제약조건에 의해 다시 한 번 재단된다. 거듭 찍어낼수록 화면은 작아지고, 수면 위 공간은 줄어든다. 그림들은 이미 일어난 어떤 것을 되돌리려는 의지와 그것의 불가능성, 혹은 불가능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작동하는 의지를 암시한다.

박지인의 '조개의 엄마'는 이주 하면서 버려지게 된 자개장은 엄마 세대에는 결혼의 상징과 같은 것이며, 그것은 엄마의 젊은 시절부터 현재를 이야기 하기도 한다. 오색 찬란한 자개장은 회색 빛으로 변한 그림이 되고, 그것은 엄마의 꿈 혹은 삶을 닮았다. 연필로 프로타주 하는 과정은 엄마의 연필을 깎아주는 도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으며, 그렇게 프로타주 된 그림은 빛나기 위해서 애쓴다. 이 과정을 통해 늘 괜찮다고 말했던 엄마의 행복 조건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민서정의 '베드(Bed)' 는 흑백의 화면 안에 원형, 타원형의 형태들이 얕은 요철을 형성하며 놓여 있는 작품이다. 평면을 구획하는 경계들은 강한 압력의 반작용으로 솟아올라있다. 형태들은 반복적으로 등장하여 화면의 경계를 흐트러뜨리는 동시에 구부러진 표면 위에 밀착해 있다. 돋아오른 형태들은 잉크를 묻힌 모양자를 프레스 베드 위에 눕혀 놓고 눌러 찍어 만들어진 것이다. 프레스 위에서 그러했듯이 지금 여기에서도 형태들은 누워있다.

박현진은 'Body Copy' 시리즈는 동시대의 대표적인 스포츠 브랜드의 슬로건들인 ‘Just Do It!’ 과 ‘Impossible is Nothing’ 라는 문구들을 선택하고, 이 강력한 문구들이 발화되어지는 방식에 대해 질문한다. 자본주의의 끝이 없는 동력 안에서, 개인의 움직임은 때로는 고찰없이 행해져야 하며, 불가능이 없다는 의심 없는 믿음 속에서만 유의미하게 기능하는 듯 하다. 이 작품들에서 나는 무한 긍정의 고리 안에서 매스미디어, 광고, 의복에 새겨지고 퍼져나가는 이 문구들을 신체에 압력으로 찍어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찍어낸다(press)는 것은 인쇄(print)의 기원으로, 예로부터 무언가를 영구히 기록하기 위한 방식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작품 내에서 ‘찍어내기’의 방식을 그대로 가져오되, 지지체(support)를 인간의 피부로 설정해 ‘지속될 수 없는 인쇄(press)’를 구현함으로써, 그것이 결국은 사라질 것임을 강조한다. 이는 인간의 신체가 압력으로 메세지나 규준이 새겨지는 물질의 공간으로 상정하는 것이지만, 결국 살아있는 신체의 복원력으로 인해 압력으로 새겨졌던 메시지들은 사라진다는 기회의 공간임을 전제하는 것이다.

손윤원은 계단 조각을 통해 서로 떨어져 있는 바닥과 바닥을 연결하고, 동료 판화가 윌리엄의 신작 'The Gate of Hell' (2020)을 초대한다. 손윤원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집에서 매일 같이 오르고 내리던 나무 계단을 본떠 만든 조각 '계단' (2019)을 바닥에 펼친다. 그 나무바닥 조각을 다시 본떠 만든 알루미늄 조각 '계단 위 계단 아래' (2020)을 전시장 계단에 설치한다.

윌리엄은 현재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거주 중이다. 그는 동네의 오래된 랜드 마크인 ‘테일러 게이트(Taylor Gate)’를 보고,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서 읽은 ‘지옥의 문’을 떠올렸다. 소설을 읽을 때의 심리적 풍경을 전달하기 위해서 석판화 'The Gate of Hell' (2020)을 만들었다. 황량한 도시(City of Desolation)로 향하는 문의 입구는 ‘모든 희망을 버릴 것(Abandon All Hope)’을 요구한다. 우리는 이 관문 앞에서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무엇이 우리를 이 지경에 이르게 했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두 사람은 미끄러지듯 계단과 문턱을 넘으며 마주하는 동시대의 불확실한 풍경을 함께 공유하고 감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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