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9

The Pasque flower without its Thorn [가시 잃은 할미꽃]

Artist : 홍준호

기획자 : Space9 [스페이스나인]

전시기간 : 2020/07/03 ~ 2020/07/15

The Pasque flower without its Thorn / Hong Junho Solo Exhibition / space 9 / 03(fri) ~ 15(thu) July. 2020 [2020 스페이스나인 기획초대]


이 작품들 속 주인공은 제 지인의 어머니입니다.
2016~2017년경 이 글을 쓰신 분께서 어머니에 대한 작업을 부탁하셨습니다. 부탁하셨을 당시는 고인께서 생존해 계실 때라 도저히 카메라를 들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후 몇 년이 지나 2019년 10월 부고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으로 가는 KTX에서 아래 글(나의 아름다운 어머니시여, 나의 마리아시여)를 다시 읽으면서 당시 작업을 부탁한 것을 진행하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이후 2020년 부산 홍티아트센터에 입주하여 작업을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나의 아름다운 어머니시여, 나의 마리아시여.

나의 어머니에 대하여 조금 적는다.
파킨슨 증후군 투병 7년 차, 간헐적 손떨림으로 다가온 죽음은 거역할 수 없는 확실성으로 침대의 머리맡에 걸터앉아 있다.
마치 장작처럼 마른 팔다리는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늘 그 자리에 축 늘어져있고, 음식은 삼킬 수도, 말을 할 수도, 고개를 돌릴 수도 없고, 아랫도리는 맡겨진지 오래며, 목에 걸린 가래는 기계의 힘으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제거되며, 방안 가득 산소호흡 기계음이 가득하다.
7년 여간의 풍화 속에 슬픔은 절망과 나날이 옥죄어 오는 죽음의 공포를 맞보게 하였으며, 그 감당의 무게는 늘 생의 무거움과 버거움이었다.
어머니는 8자매의 장녀로 1943년(癸未生)에 태어났다. 당시로서는 제법 재복(財福)한 가정에 태어났지만, 내리 태어나는 여동생들 뒷바라지에 어린 나이부터 늘 어머니 역할에 익숙해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어머니는 손재주에 좋아 자수와 뜨개질에 능하셨으며, 셈이 바르고 정확하고 한번 본 것에 대한 기억력은 남다른 면모를 보여오셨다.
당시 대구에서 명문인 신명여고와 현재의 영남대학교(대구대학 상과)를 졸업하셨고, 청도서 상경 한 아버지와 만나 2남 1녀의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내가 국민학교 6학년 무렵, 당시 지방에서 제법 성공한 아버지 사업이 부도를 맞기 시작했으며, 그 이후 어머니의 삶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사모님에서 뜨개질 강사로 보험회사로 포장마차로 회사의 경리로 식당으로 판매원으로 내몰아 쳐져 왔다.
그렇게 어머니는 점차 소심해졌고 부정적이 되었고 웃음도 사라져 버렸다. 아마 현재의 원인불명의 병도 이때쯤 점차 어머니의 뇌 속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 같다. 변변찮은 옷 한 벌도 온전한 화장품 하나 없이 늘 지갑엔 천 원짜리 몇 푼과 동전으로 중노동으로 하루하루를 버텨 알뜰히 살뜰히 그렇게 가정과 자식들을 키워왔다. 한 번뿐인 인생이었을 텐데 왜 다 새끼들에게 쏟아부으셨는지.
의사소통이 가능할 당시 유언대로 어머니의 시신은 화장이 될 것이다. 그 자리서 나는 사별과 부재의 슬픔으로 애끊는 통곡을 할 것이지만, 더 이상 울지 않는 세월은 올 것이며, 시간 속에서 바래지는 슬픔에 익숙해질 테고 그렇게 덤덤해 버릴 생각을 하면 11월의 달력이 가을 끝자락의 낙엽마냥 덧없고 힘겹게 느껴진다.
이 글은 어머니의 지나간 시간에 대한 헌사(獻辭) 이자, 다가올 나 자신의 시간에 대한 준비입니다.

2015.11.




가시 잃은 할미꽃

청순한 슬픈 추억을 가지고
고백 못한 사랑의 배신으로 아파하고
사랑의 굴레에서 충성했던
아름다움 간직한 강인한 존재를 나는 지금 기억한다.

언제였는지 모르고 태어나 언제 변할지도 모르고 언제 소멸할지도 모르는 서로 다른 시간의 질량을 가진 아름다움이여.

지금 여기, 가시를 잃고 몸을 떨고 강인했던 당신
허리 굽은 아름다웠던 당신을 떠올리며 그리워하고 있다.

실타래 거슬러 가시덩굴처럼 얽힌 인연
주름져 오래 지나 무거워진 피부 마냥 이젠 무거워진 가시를 내려놓은 당신을 보니
오만가지 세월의 깊이만큼 당신의 가시가 내 가슴을 찌른다.

내 기억 얼기설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코 끝 찡하게 아른거리는 구름 너머 내 볼을 타고 흐르니
당신의 부드럽던 시절 가시가 나를 만진다.

나는 떠올려본다. 가시 잃은 할미꽃을.
나는 그렇게 떠올려본다. 언젠간 사라질 우리 모두를.

< 2020.06 홍준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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