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9

다르지 않다 [不二]

Artist : 홍나연

기획자 : Space 9 [Woongjong Yoo]

전시기간 : 2019/05/10 ~ 2019/05/23

전시명 : 다르지 않다 [不二] 작가 : 홍나연 전시장소 : 스페이스 나인 [Sapce9] 문래 전시기간 : 2019년 5월 10일(금) ~ 23일(목)



‘다르지 않다’ 전에 부쳐.

‘다르지 않다’전은 여러 가지 사물이 서로 대립되어 존재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모두 고정되고 독립된 어떠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고 근본은 하나라는 불교의 불이사상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한국 불교미술의 백미라 일컫는 고려불화, 나는 겉으로 보여지는 종교적 경지와 장엄함 그 너머에 담겨있는 본질을 보려한다. 그 안에서 시⋅공간을 떠난 차별과 상대를 초월한 절대 평등의 진리를 나는 본다.

“내가 너와 다르지 않고, 우리가 그들과 다르지 않으며, 기쁨과 슬픔이 다르지 않으며,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

매 순간마다 실제 하지 않는 분별과 판단을 하며 살아가는 나를 작업을 하며 들여다보게 된다. 화려하고 장엄한 고려불화의 ‘상’의 작업을 하며 나는 누구보다 그 ‘상’이 내게 건네는 궁극의 말을 가장 먼저 듣게 되고 알아차리게 된다. 그 들음과 알아차림이 ‘상’을 떠나 함께 세상으로 나온다.

“모든 것이 다르지 않다.” 그저 다르다고 의심하고 분별하는 ‘나라고 여기는 내’가 있을 뿐이다.

‘다르지 않다’에서 나는 700년 전 오늘을 살아가던 우리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2500년 전의 붓다가 모두 다르지 않은 고민과 모색을 하며 살아가고 살다 갔음을, “우리는 모두 다르지 않다”라고 말하고 싶다.

‘마음에 슬픔이 없고 티가 없으며, 세상 변화에 부딪혀도 흔들림 없이 안정된 것, 이것이 최고의 축복이다. 어디에서건 정복되지 않으며 행복을 얻는 사람, 이것이 최고의 축복이다. 경집(Nikaya),Ⅱ,4

인간의 삶은 어찌 보면 예측할 수 없는 ‘재난’과 그 재난에 대한 ‘대응’의 여정일지도 모른다. 그 여정에서 인간은 희, 노, 애, 락을 ‘한 길’처럼 만난다. 원하건, 원하지 않건 우리는 그 길을 걸어간다. 그 ‘한 길’이 무엇이기에, “우리는 그 길에서 콧노래를 부르고, 넘어지고, 쓰러지고, 춤을 추는 것인가.”

인간은 감각기관에서 비롯되는 현상과 경험을 표현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고 창조하였다. 그 언어의 시작이 어느 날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나로 여겨지는 언어의 시작’을 보게 되었다. 그 언어의 시작을 보다 ‘인간의 언어’를 본질적으로 꿰뚫어 본이를 만나게 되었다. ‘붓다’였다. 붓다는 이 세상을 떠나기 전, 스승이라 어려워하는 제자들에게 “나를 다정한 친구라 생각하고, 의문이 나는 것을 편안하게 물어보라,” 하였다. 의문이 많고 어눌한 내가 어느 날 만난 붓다는 ‘다정한 자유인’이다.

“이제, 내가 만난 붓다와 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_자비로운 손

묽은 밀가루 반죽처럼
몸과 마음이 서로 빈정대며
대책 없이 쏟아져 내릴 때
바닥에 흘러내린
한 움큼의 나를
아무 말 없이
한 점 남김없이
두 손에 곱게 담아
티끌은 떼어내고
촉촉하고 말랑한 반죽인 채로
쉴 수 있게 하여 주는
자비로운 손이
내게 있었으면
그랬으면.

자비로운 손이 있어, 그 손안에서 쉴 수 있다면.
사는 게 쉽지 않다. 이 세상에 사는 것이 쉽지 않다, 는 깨달음 하나 얻으려 마치 이 세상에 태어난 것 마냥. 자비로운 손이 있어 그 손안에서 쉴 수 있다면, 그 마음이 이끄는 것이 시, 공간을 떠나 내가 만난 붓다, 그리고 작업이었다. 자비로운 손을 찾아 만난 붓다와 내가 그려내는 그림이 나를 쉬게 하고 숨을 쉬게 하였다.
‘무엇도 아니고, 무엇이지도 않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나와 나 사이의 문이 사라지는 순간, 살아서 내가 오롯이 사라지는 순간, 나는 자비로운 손안에서 쉬고 있다.


_그립니다.

붓으로 점을 그립니다.
마음으로 부처를 그립니다.
붓으로 선을 그립니다.
마음으로 조사를 그립니다.
붓으로 원을 그립니다.
마음으로 지혜를 그립니다.
붓으로 네모를 그립니다.
마음으로 자비를 그립니다.

붓으로 그린 그림이
마음으로 그린 그리움이
나를 그려 냅니다.

나는 점이요.
나는 선이요.
나는 원이요.
나는 네모요.
나는 부처요.
나는 조사요.
나는 지혜요.
나는 자비요.

나는 누구입니까.
나는 어디에 있습니까.

붓으로 그림을
마음으로 그리움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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