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 홍준호
갤러리 : Gallery ILHO
전시기간 : 2019/05/08 ~ 2019/05/14
'Deconstruction of Idols'(현상의 지각으로부터의 자유와 해방)라는 제목으로 우연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구겨진 종이 위에 빔 프로젝트로 빛을 투사시켜 빛(^잉크)과 종이를 분리시켜 대형 프린트로 만든 결과물을 전시한다.
Deconstruction of Idols(우상의 해체)
나는 사진매체가 다른 시각예술의 매체들과 다른 특징 중 하나를 예로 들라면, 우연성이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사진을 찍는 순간 의도치 못한 환경적 요소와 같은 통제 불가능한 것에 노출되는 경우 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진의 프로세스를 살펴보면, 피사체에 빛이 반사되어 필름이나 센서에 상이 맺혀지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 그 다음은 인화나 프린트, 즉 인화지(프린트용 종이)와 감광유제(잉크)가 만나는 인과성(Kausalität)이 존재한다.
나는 이 인과성 속에는 우연성(偶然性, Zufälligkeit) 이라는 이름으로 객체(Object, 客體) 의 자유 또는 자유의지(Free Will, 自由意志)가 미미하지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종이와 잉크가 만나는 것에서 자유란 프린터에 의해서 우연성이 거의 존재하지 않도록 거세되어버린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나는 객체(종이, 잉크 등)의 우연성(또는 자유의지)이 드러날 수 있도록 시각화하는 약간은 무모해 보이는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었다. 우선 전작(Sad Lucid Dreaming, Study of Crumpling) 은 프린트 된 이미지를 구겨서 잉크와 종이를 분리하고 우연성을 함의시켜는 작업을 시도했었다. 이 작업은 일종의 해체(解體, Deconstruction) 작업으로 확장해서 진행되어갔다. 그리고 이번 우상의 해체(Deconstruction of Idols)시리즈에서는 우연성(또는 자유의지)을 좀더 극대화시켜 표현하기 위해 구겨진 종이 위에 빔 프로젝트 로 빛을 투사시켜 빛(=잉크)과 종이를 분리시키고 구겨진 종이에 투사된 이미지가 구겨진 종이로 인해 반사되는 빛이나 색에 의한 간섭을 통해 자연스러운 이미지의 변화와 우연성을 드러내도록 했다. 또한, 빔 프로젝트를 통해 투사된 빛의 픽셀이 보여지도록 고해상도 작업을 보여주고자 대형 프린트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이는 <피사체=잉크=빛>이라는 등가적 관계(等價的 關係)로 상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종이는 평면시각 예술을 표현하는 재료로써 소극적 존재가 아니라 구김을 통해 빛을 산란하고 입체감을 주어 우연성을 극대화시켜 표현하여 적극적인 존재를 부각시켜 우연성(또는 자유의지)를 드러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겨진 종이=우연성=적극적 존재=종이의 자유의지 드러냄>
선택된 이미지들은 자유의지와 해체라는 의미와 등가적으로 우리 일상에서 우상(또는 심볼)로 여겨지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조사와 분석(research and analysis)을 통해서 현대사회에서 볼 수 있는 우상 중에 대표적으로 종교, 신화, 국가권력 등을 소재로 사용했으며 나아가 미술사 속에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 또는 에피소드들이 되는 작품들 중에서 소재를 찾아나갔다. 사실, 이런 우상의 소재를 사용하려고 마음을 먹게 된 계기는 2016년 겨울을 뜨겁게 달구던 촛불집회 때문이다. 국가 최고 권력자의 권력을 국민들이 힘을 합쳐 그 권력을 빼앗는 과정과 그것을 반대하던 태극기 집회를 보면서 21c 대한민국의 근대와 현대가 버무려진 아이러니와 맹목적으로 우상화된 것(정치인, 종교 등)에 관심을 가지고 소재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우상들을 활용해 인식의 자유를 부여해보는 작업으로 확장되어 진행시켰다.
이렇게 사진매체가 가진 특징을 활용해 객체(빛, 잉크, 종이 등)의 자유의지를 드러내고 21c 현대 사회의 우상을 해체하고 인식의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 예술 그 자체로의 자유의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2018.09.20 영천에서 홍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