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 김태덕 , 이윤석 , 유비호 , 이능재 , 이송 , 이지민 , 조은용 , 김준서 , 이원호
갤러리 : Art Forum Rhee _ Defog
전시기간 : 2021/10/01 ~ 2021/10/30
2021 객체지향 프로젝트 ‘트러블’, 아트포럼리
대안공간 아트포럼리는 올해로 4년 차 ‘객체 지향(Object-oriented)’이라는 키워드로, 개인 스스로와 인간, 인간과 지구에 함께 존재하는 생태계, 기후, 질병, 경제 등, 인간과 지구를 둘러싼 다양한 객체와 이것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트러블(문제 trouble)을 여러 관점에서 파악해보고 이를 예술로 시각화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도출된 수많은 트러블을 향해 과연 “트러블이 깔끔하게 해결될 수 있을까?”와 같은 일련의 물음에 “그렇지 않다”라는 답을 내렸다.
다만 ‘트러블’ 사이에 위치한 각각의 객체들이 자신과 서로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보는 일은, 인간의 내면, 사물, 자연, 인종, 젠더, 질병 등, 트러블이라고 일컬어지는 모든 것에 일방적인 것이 없고 모종의 관계가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예를 들어, 인간이 지구에서 화석연료를 태워 지구에 미친 기후격변은 수 십 년 전부터 지속되었고, 이로 인해 아마존 숲에 사는 인간과 비인간들은 서식지를 빼앗긴지 오래였다. 그런데 이 기후격변의 트러블은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 등 선진국의 도시가 생존의 위협을 받기 시작된 상황이 촉발된 후에야 비로소 그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이와 같은 과정으로 트러블이 인식된 상황은 지구에서 일어나는 트러블과 이에 대한 책임이 인간과 비인간, 주체와 객체라는 이분법적 구도로는 모두 설명될 수 없음을 알려준다. 말하자면, 특정 존재와 관계 속에서 파생된 트러블은 수학처럼 문제와 명확한 답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눈치 챘겠지만, 이번 《트러블 Trouble》 전시를 통해 갱신하고자 하는 객체 지향의 개념에는 문자 그대로 주체를 버리고 객체만을 지향한다는 의미만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객체로 간주될 수 있는 전시를 구성하고 있는 작품에는 우리와 이 시대와 관계를 맺고 있는 다양한 존재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존재들은 작가들이 관계성의 맥락에서 다양한 객체와 트러블을 사유하고, 관념화하고, 형상화 한 흔적들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관계성 위에서 작품에 대한 사유를 시도해보길 바란다. 전시장의 작품에 등장하는 존재들을 객체화하고 주체화하고 재호명하며 관계 맺기를 반복해보자. 그 말인즉슨, 작품을 통해 트러블을 발생시킨 혹은 트러블을 둘러싼 관계 속에 위치한 자신의 사고, 경험, 감각 등에 대한 검열을 시도하자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유의 반복은 우리와 관계를 맺고 있는 객체간의 경계를 허물고 다시 관계를 체득하는 걸음으로 이끌고, 나아가 관계에서 발생된 트러블에 대해 존중과 책임으로 응답하게 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