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 이상원
갤러리 : dorossy salon
전시기간 : 2019/05/10 ~ 2019/05/26
그의 일방적으로 바라보기는 작품으로 완성되기까지 철저하게 객관성을 띄게 되지만 일단, 작품으로 완성된 후에는 우리에게 아주 굉장히 주관적이면서 개인적인 시선을 만든다. 우리가 살아 오면서 그가 그려놓은 여가의 공간에 안가본 사람이 없을만큼 그 공간들은 너무나 대중적이다. 따라서 작가가 바라봐 준 그 공간을 바라보는 동안 나는 과연 저 속에 있을 때 무슨 생각을 했었을지 순간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공간이 된다는 것이다. 시스템의 한 파트에서부터 시스템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내 삶의 버드아이뷰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 임대식
“[...] 처음 그의 더 파노라믹 시리즈를 접했을 때, 섬세한 묘사 없이 몇 번의 붓터치만으로 바다를 그리고 배를 그리고 사람을 그린 기법에서 자연스럽게 인상주의를 생각했다. 그리고 모네나 피사로 같은 인상주의 작가들의 그림을 보며 “눈코입도 없는 저 점들이 어떻게 사람이냐”며 화를 냈다던 19 세기 말 유럽의 예술 꽤나 좋아했다는 사람들이 토로한 인상주의에게서 느꼈던 낯섬과 불편함이 떠올랐다. 우리는 지금 그와 비슷하게 접근하고 있는 화가의 그림을 보며 “멋지다!”라고 감탄하고 있는데 말이다. 뒤이어 떠오른 것은, 프랑스 유학시절 19 세기 회화사를 들으며 처음 마주했던 프랑스 화가 외젠 부댕 Eugène Boudain 의 노르망디 해안의 풍경화였다. 아주 우아하고 화려하고 또 여유로운 19 세기 신사와 숙녀들이 바닷가에서 휴가를 보내는 모습을 그린 부댕의 풍경화. 혹시라도 작가가 그 그림을 본 적이 있는지 물었더니 그렇지 않단다. 화려하고 신선한 색채로 인상주의 화가 모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잘 알려진 부댕은, 산업혁명과 도시의 발달로 여가생활이 가능해진 근대 시민, 파리지엥들의 휴가지로 각광받던 노르망디 해안 – 도빌, 트루빌 휴양지와 옹플뢰르 해변의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그려냈던 화가다. 다만 내 기억 속에 부댕의 그림은 거의 모네에 버금가도록 묘사가 생략된, 색채만으로 구성된 작품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찾아보니, 생각보다는 디테일이 살아있는 그림을 그린 화가였다. 그러니 인상주의로 언급되지 않고 인상주의의 선구자 정도로 언급되겠지 싶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상원이 그려내는 21 세기 우리나라 해운대 바닷가는, 제주도 바닷가는 19 세기 부댕이 그린 프랑스 노르망디의 도빌 바닷가와, 트루빌 휴양지와 꽤나 유사하다는 것이다. 결국 한 세기가 지난 다음에도, 그러니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에게 여전히 바다는, 해변은, 수평선은, 파노라마는, 파노라믹은 여가를 즐기는 곳이고, 휴식을 취하는 곳으로, 우리를 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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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은신(큐레이터/도로시 대표), 전시 소개글 중에서